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예수님께서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 두 제자를 보내시며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마 10:16). 이리는 늑대라고도 하며 유대인들에게는 가장 사납고 잔인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신약에서 이리는 항상 양과 연결되어 언급되는데 이는 늑대가 양의 최대 천적인 까닭입니다. 1 2
양이 이리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지혜'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마 10:16). 뱀은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동물로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했는데(창 3:1) '간교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아룸(עָרוּם)'은 '간사한, 교활한, 슬기로운, 신중한'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룸'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는 '간사한, 교활한'의 뜻이 되고, 긍정적으로 사용될 때는 '지혜로운, 신중한'의 의미가 됩니다. 3
'뱀 같이 지혜로워라'는 말씀은 핍박을 받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동네에서 박해를 받으면 다른 동네로 피하거나(마 10:23 ; 행 14:6)) 사람들을 조심하고(마 10:17) 언행을 삼가는 것입니다(골 4:5, 6).
그렇다고 핍박을 모면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배반하거나 세상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순결'입니다.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 10:16).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이지만 순결을 상징하는 새이기도 합니다. 비둘기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배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비둘기가 순결의 상징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씀은 예수님을 배신하지 않는 순결함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연유로 비둘기가 순결의 상징이 되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둘기가 아니라 순결이기 때문이죠.
힘없고 온순한 양이 포악한 이리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순결이 없는 지혜는 교활함이 되어버리고 지혜가 없는 순결은 어리석음이 되어버립니다. 이처럼 지혜와 순결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지혜롭게 신앙생활을 하되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순결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