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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오나니슴

2016. 2. 14.

수음(masturbation)과 동의어인 오나시슴(Onanism)은 구약 성서의 오난(Onan, אוֹנָן [오난])이란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오난은 유다가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에게서 낳은 세 아들[엘, 오난, 셀라] 중 둘째였다(창 38:2-5). 

첫째 아들 엘이 다말이란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하나님의 진노를 사 죽임을 당했다. 엘이 죽자 유다는 오난에게 ‘아우 된 본분’을 행하라고 지시한다. ‘아우 된 본분’이란 자녀가 없이 죽은 형을 위해 그의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가문의 대를 잇게 하는 관습으로 수혼(嫂婚)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오난은 아이를 낳아도 자기 자식이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수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질외사정(coitus interruptus)을 했다. 이러한 행동을 악하게 보신 하나님께서 그도 죽이셨다(창 38:6-10). 그러니까 오난이 죽임을 당한 이유는 그가 아우 된 본분을 다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Photo by Krista Mangulsone on Unsplash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수혼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형수가 그의 발에서 신을 벗기고 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자기 형제의 집을 세우려 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하고 그의 이름을 '신 벗긴 자의 집'이라 부르도록 되어있다(신 25:9, 10). 수혼을 거부한 대가로 모욕과 수치를 주는 것이다. 이로 보건대 단지 수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법이 모세 때 성문화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왜 오난은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것은 기만(欺瞞)때문이 아닐까. 오난은 자신의 씨로 형의 후손을 남길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관계를 갖었다는 것은 형수에 대한 기만이요, 나아가 아버지와 하나님께 대한 기만이었다. 어쩌면 오난은 그 자체를 즐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 이 글은 티스토리 '세상을 품은 참새'(2014.03.17) 게시되었던 글입니다.